책 소개
<교회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성령의 기름 부으소서.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내 잔을 채워 주소서.’ 찬양 <마음이 상한 자를>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우리가 경배와 찬양을 드리며 자주 간구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지요.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나를 먹여주시옵소서, 잔을 채워주시옵소서. 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늘 영의 양식으로 신앙의 허기를 채워 달라 기도합니다. 지난 4월 추천도서 <마지막 수업>의 저자 고(故) 이어령 교수의 첫 유작 <먹다, 듣다, 걷다>에서는 현 시대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이루어야 할 사명들을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혜안으로 제시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믿음을 가진 우리만 배불리 영의 양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이웃에게 참된 복지를 베풀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지를 자문하게 합니다.
성도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명사가 바로 빛과 소금입니다.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부패한 세상 속에서의 사명을 논할 때 나오는 비유적 표현이지요. 저자는 교회의 역할이 명사형에 그치지 않고 먹고, 듣고, 걷는 세 가지의 동사형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 성경 속에서 창세기의 선악과부터 시작해 최후의 만찬까지 먹는 것이 갖는 상징성과 봉사와 섬김보다 먼저 복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을 강조합니다. 특히 예수님이 공생애 3년 기간 동안 이동하신 거리는 3,125마일. 약 5,000km가 된다고 하고 평생 걸어 다니신 거리를 환산해보면 약 3만 4,640km가 된다고 합니다. 지구 한 바퀴의 거리가 약 4만 74km인 것을 감안하면 예수님은 거의 지구 전체를 걸어 다니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처럼 예수님의 사역은 걷기 사역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길을 걷는 자로 생명의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먹고, 듣고, 걸어야 할 때입니다. 생명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먹고 진리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길이신 예수님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이웃에게 열심히 떡을 먹이는 단순한 복지의 차원이 아니라 영원히 주리지 않고 목마르지 않은 생명의 양식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과 구별되어 서로 다른 길로 걷지 않고 함께 걷는 상생의 길을 걸어가는 사랑하는 갈보리교회 성도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강시현 집사
저자 소개

이어령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 yes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