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갈보리교회 예수성품학교(예품)에서는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성품을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각자 갖고 태어난 성품도 있지만 가르침을 통해 배워가는 성품도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성품에는 책임감, 순종, 인내, 용기, 절제, 경청, 겸손 등이 있습니다. 김호연의 장편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는 내내 성품의 여러 덕목 중에 ‘경청’이 떠올랐습니다. 경청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잘 집중해서 들어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정해주는 것이다.”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넘어 말과 행동을 집중해서 들어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정해주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 <always>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독고씨가 갖고 있는 가장 멋진 성품은 바로 ‘경청’일 것입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던 독고씨가 사장님의 배려로 야간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오며 이 편의점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하나같이 아픈 사연들을 품고 살아가는 외로운 동네 주민들은 처음에 경계했던 독고씨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털어내고 각자의 방식대로 용기 있는 삶을 살아보고자 하니까요. 아들과의 관계 단절로 속을 태우는 오 여사는 자신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고 아들과 소통할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독고씨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상처에 가려진 아들의 상처에 문을 두드려봅니다. 배우를 하다가 은퇴한 뒤 작가가 되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글쓰기에 매달리는 희곡작가 인경은 독고씨와 대화를 나누다 그것이 곧 취재로 연결되고 독고씨와 편의점의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새로운 구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낡은 휴대전화 배터리처럼 빠르게 소진되어가는 듯 했던 그녀의 필력에는 활기가 돋고 능력의 한계치를 넘어섭니다.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은 소통입니다. 편의점 사장 염 여사가 애초에 노숙자 독고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면 도미노처럼 주변에 퍼지는 독고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가볍지 않은 각자의 삶의 무게로 한숨짓는 사람들에게 독고씨가 건네는 시원한 옥수수 수염차도 결국 소통의 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는 독고씨의 고백이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삶에도 나타나길 바라봅니다.
– 강시현 집사
저자 소개

김호연
영화·만화·소설을 넘나들며 온갖 이야기를 써나가는 전천후 스토리텔러.
1974년 서울생.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로 일하며 쓴 「실험인간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같은 출판사 소설 편집자로 남의 소설을 만지다가 급기야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후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펴냈고, 영화 「이중간첩」(2003), 「태양을 쏴라」(2015)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2017)의 기획에 참여했다. 2021년 『망원동 브라더스』에 이은 ‘동네 이야기’ 시즌 2 『불편한 편의점』을 출간했다.
– 교보문고 제공